생각해보면 박찬욱 감독은 동시대 한국상업 감독들에 비해 깔끔한 태그라인 한줄로 모든 정체성을 대변하는 영화를 만드는것 같다. 그의 취향과 표현어법의 독창성 탓에 명료함이란 내 주장에 난색을 표할 이도 많겠지만, 그는 이야기를 위한 대사의 창작보단 영화의 뿌리가 될만한 몇몇 대사들을 위해 숱한 영화적 요소들이 헌신하는 느낌을 준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낀다. <친절한 금자씨>가 어느 여인에 관한 구전우화였다면 <올드보이>는 육체로 쓴 교훈집이 아닐까 싶다. 김세원 성우의 나레이션(기억)이 친절한 금자씨의 핵심이었다면 <올드보이>는 오대수의 혀와 이우진의 증오가 맞물려 발음되는 차고 날선 대사야 말로 작품의 본질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독한 게임이 끝나고 이제 우리는 두 남자의 사정을 듣는다. 시종일관 그들이 내뱉던 모호한 대사들은 이 곳에 도착해 제서야 꽃피운다. 두 남자. 쏟아지는 대사의 기억. 싸우는 그들은 물론이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검게 묽어지던 바로 그 순간. 영화의 얼굴이 될만한 자격이 있다 여기기에, 오늘 2번째로 만들어본 포스터 아트. <올드보이>에 대한 나의 응답은 아래와 같다.
* 크라이테리온 로고는 단순한 패러디 소품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서야 저 심플한 로고의 어마어마한 포용력을 알게 됐다. 거대한 관용이다.
SOU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