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의 스틸컷 보정을 위해 스크린샷을 저장하던 중 불현듯 이쁜 생각이 떠올라 팬 포스터 하나를 만들어 봤다. 다룰줄 아는 기능이 없기에 색감보정, 서사전개, 타이포그라피, 크라이테리온 패러디 등의 간단한 요소들만을 활용해 나만의 <친절한 금자씨> 포스터를 제작했다. 완성이란 표현을 붙이기엔 초라한 모습이긴하나 생에 처음으로 나만의 포스터를 만들어 봤다는 생각 때문인지 괜시리 봐줄만하지 않나 라는 착각에 빠져본다. 즉흥적이고 얼떨결에 만들어본 과정이었지만 항시 눈으로만 봐오던 포스터 아트/팬 포스터의 영역에 대해 사소하게나마 몸을 부비고 나니 이전에 했던 생각이 다시금 절실히 밀려온다. 좁은 무대와 멈춰진 시간성으로서 대표되는 포스터 아트의 영역에서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상이 아닐까. 9할의 아이디어, 기술은 거들 뿐. 


<친절한 금자씨>는 한국 영화사를 통틀어 내 취향에 가장 완벽히 들어맞는 작품이다. 당당히 작품성을 지지할만한 확신도 있으며 비단 작품 내의 흥미 뿐 아니라 박찬욱 감독이 본 영화를 제작한 시기성 만으로도 영화적 흥분을 느낄만큼 여러모로 내게는 소중한 존재다. 언제나 그렇듯 멍하니 괴한 납치씬에 시선을 쏟다 나름 귀여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원샷으로 찬찬히 흘러가는 카메라의 흐름에 맞게 금자는 뛰어들고 멈춰서며 다가가 방아쇠를 당긴다. 인물의 극적인 움직임, 사건을 지나쳐 총성과 불빛으로 마무리하는 감각적 기교, <친절한 금자씨> 속 수많은 나레이션 중 가장 눈부신 활용처. 시선의 동일한 세로 앵글. 많은 요소들이 기적처럼 들러붙은 이 순간을 영화의 얼굴로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자의적으로 시간을 잘라 5초 가량의 씬을 5개의 컷으로 변환. '다급한 상황에서도 금자는 자기 총의 유효사거리를 결코 잊지 않았다.' 어느 여인의 구원과 복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오히려 한 줄의 제목보단 한 마디의 나레이션이 더 중요한 상징성을 건내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목 대신 나레이터의 음성을 전면에 배치했다.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러저러한 사소한 고민들이 만나 아래와 같은 포스터가 만들어 졌다. 부족함을 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처음은 앞으로 나아질 희망의 조건이라 믿기에 조심스런 기대감을 품으며 소개를 마친다.     


* 통상 사이즈에 비하면 세로가 길다.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원하는건 5초에 해당하는 5개의 씬이었다. 이것이 그 순간을 설명하는 최소한의 컷이다. 형식보단 의미를 택하는게 멋진거다. 그게 바로 취미인의 특권인 거다. 




















INSPIRE : 어둠. 서사.




























































Posted by Alan-Sh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