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드라마, 도합 60여 편 분량의 회차를 감상하는 동안 충족과 권태의 반복이 이어져왔다. 충분히 훌륭한 이야기꾼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각 또한 지니고 있지만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직 하나의 주제만으로 20시간 이상의 이야기를 끌어가기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적다. 나는 이 사람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재능을 온전히 담지 못하는 방송 산업의 현재가 불안할 뿐이다. 박경수는 과연 앞으로 나아가게 될까. <펀치>를 완성해 가는 현 시점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황금의 제국>의 다소 위태로보였던 편향적 지지를 극복해가고 있다는 것이며, 그 방식 또한 시류에 맞는 적절한 대처였기에 향후 그의 작품들이 보여줄 변주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내가 그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북미,일본 시장의 외양 복제만으로 허기졌었던 내 세상의 오리지널리티를 이야기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한 서사-연출적 흥미만으로 긴장감을 형성한다기 보단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면을 암시하며 현실감각에 대한 서늘한 긴장을 선사한다. 박경수 작가 고유의 서사 전개와 화법은 이 시장에선 꽤나 낯선 형태이며 아직까진 보완해야할 부분들이 많지만 한국사회 어딘가 존재하는 그들만의 밀실 속 탐욕의 대화가 계속 이어지는 한 박경수의 이야기는 계속될것이며 조금씩 스스로를 치료해가는 작가의 행보를 생각하면 나는 이 사람의 진화를 믿고싶다. 배우들의 존중과 관객의 흥분이 존재한다. 더 좋은 환경이 찾아오시길.  





Posted by Alan-Sh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