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Minutes Older (Herz Frank 1978)
Weegee
Shirin (abbas kiarostami 2008)
이른 아침 출근길. 환승할 역에서 내려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건너편 거대한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때이른 환함에 아직 몸을 숨기지 못한 달이 신비로운 크기로 함께 하고있다. 추운 날씨에 두 손은 주머니 속에 따스히 담겨있지만 굳이 카메라를 켜서 사진 한 장을 찍어본다. 내가 본 압도감과는 전혀 다른 소박함에 기분이 상한다. 별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상에서 벗어난 무엇인가를 기록해 두었다는 생각에 살짝은 마음이 든든해진다. 5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다시 난 몸을 웅크린 채 추위와 싸운다. 잠시 후 어느 버스가 멈춰선다. 이 시간이면 언제나 그렇듯이 출근길의 바쁜 발걸음들이 이어진다. 그 사람 역시 시간에 쫓겨 바삐 버스에서 몸을 내린다. 잠시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로 향하던 그 사람은 나와 같은 풍경에 눈이 멈춘다. 그 역시도 굳이 카메라를 꺼내 두 손을 추위 속에 담근다. 심지어 구도를 위해 이리저리 위치도 잡아보고 있다. 나보다 훨씬 열정이 넘치는 사람인가보다. 별 의미도 없을 그 사진을 찍어두곤 다시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길을 걷는다. 비록 그 사람은 나의 존재 조차 모르겠지만 몇년이 지나서도 2016년의 겨울 풍경을 떠올려 본다면 아마도 난 오늘의 이 일을 생각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