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의 개들





영화를 이루고있는 초와 분들의 집합들 중 가장 독립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낼 수 있는 모임은 극의 도입부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오프닝 크레딧 - 타이틀 시퀀스 파트일 것이다. <세븐> <파이트 클럽> <밀레니엄> 등의 작품에서, 이제 막 객석에 앉은 관객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으며 압도적인 강렬함으로서 이야기의 문을 열어온 데이빗 핀쳐는 '타이틀 시퀀스'를 설명함에 있어 이와같은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어떠한 경로를 통해, 무슨 편견을 가지고 티켓의 값을 지불하였건 극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관객들에게 주어지는 정보들은 순수한 연출자의 '알림'이 아닌 자본과 상업의 가이드 라인에 따른 보편적 홍보물일 수 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자신의 작품을 선택한 다양한 동기와 목적의 불특정 다수에게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 순전히 감독의 시선으로서 새롭게 던져주는 영화 속 '트레일러' 내지 의도적인 편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타이틀 시퀀스란 것이다.  


물론 맨 위의 걸려있는 <저수지의 개들>과 같이 아주 심플한 효과와 독특한 컨셉만으로 가볍게 몸을 푸는 경우들도 있을 수 있다. 껄렁패들의 간지나는 슬로우 모션으로 상징되는 <저수지의 개들>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우에서 좌로 향해가는 팸 그리어의 모습을 따라가며 영화 전반의 서사를 압축하고 암시하는 듯한 <재키 브라운>의 귀여운 시선 역시 극과 도입부의 살결에 별다른 차이를 강조하지 않는 타란티노만의 방식이다. 조엘 슈마허가 <폴링다운> 에서 선보인 후덥지근한 강박적 시선이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포레스트 검프를 소개하는 살랑살랑한 봄바람같은 오프닝 시퀀스 모두 원테이크의 방식을 십분 활용해 작품의 방향성을 유난스럽지 않게 제시하는 근사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포레스트 검프




하지만 앞서 언급한 데이빗 핀처의 경우처럼 (소셜 네트워크는 예외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크레딧 시퀀스만을 위해 별도의 전문가를 고용하는 경우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수효과 내지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보다 독립적으로 영화의 컨셉을 소개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앞서 소개한 방법이든 후자의 방식이든 해당 작품에 적합한 선택을 했다면 별다른 카테고리의 구분없이 그 창의력과 미학적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즐겁게 그 세계에 빠져들면 그만인 것이다. 카일 쿠퍼나 솔 바스의 명성높은 크레딧 시퀀스 부터 이름 모를 누군가의 독창적인 작업에 이르기까지, 영화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감독과 크레딧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웹페이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Art of title 은 자신의 이름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듯한 공간이다. 고화질의 인상적 타이틀 시퀀스들을 비공개 동영상으로 올려놔 깔끔한 감상의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컨셉에 맞춰 각종 타이틀 시퀀스들을 헤쳐 모이게 만든 특별 영상들도 재미난 구경거리이다. 타이틀 시퀀스의 미학에 빠져든 이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천상 '낙원'이다.   

     


       












Posted by Alan-Sh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