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2016. 9. 2. 14:47 from I​nfluence/Private



진공의 시간이 있다. 가령 고속버스에 앉아 지루한 풍경을 반복적으로 마주한다거나 이상할 정도로 느린 엘레비에터 안에서 낯선 사람들과 숨죽이며 서있는 순간들이 그렇다. 생각의 시작점은 모르겠으나 그럴때마다 내가 떠올리는 것은 특별한 능력의 취사에 관한 것이다. 누군가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해줄리 만무하지만 그냥 아무런 맥락없이 그 중 하나를 선택해 본다. 언제나 일순위는 상대방이 듣고 있는 음악을 남몰래 청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나는 슈퍼히어로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큰 힘은 항시 책임감이 따르기에, 지나치게 큰 힘은 항시 완력이 감정적 측면의 사고에 우선하기에 부담스럽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하기에 난 상대의 음악을 스리슬쩍 나혼자만 엿들을 수 있는 능력을 원한다. 사람들에 대한 궁금즘이 많다. 어쩌면 이 따분한 사회구조속에서 평생 이렇게 지루하게 살다가 인생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기인한 호기심일지도 모르겠다. 혹 상대와 대화를 나누거나 인연을 꾸려가지 않게 되더라도 누군가에 대한 사소한 취향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상상해보는 것은 내 기준에 있어선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이것은 시민들로부터 어떠한 책임감도 양도받지 않을 부담없는 능력인 동시 음악이라는 위대한 예술을 바탕으로 상대를 추리해간다는 측면에서 정말이지 낭만적인 능력이다. 


이는 어찌보면 이기적이고 게으른 성향의 반영일지도 모르겠다. 취향과 기호를 바탕으로 인연을 선택한다. 일전에 특정부류의 인간에 대해 서술한 것을 본적이 있다. 감정싸움의 성취에 굉장히 무디며 정서적으로 많은 것들을 일방향의 흡수로 일관하는 심심한 사람들에 관한 글이다. 자존감에 기반한 기싸움을 선천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들은 언제나 편한 태도로 상대의 모든 것을 받아주지만 남들보다 훨씬 낮은 지점에 있는 일정한 경계를 건드리는 순간 그 관계는 완전히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틀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이해가 간다. 이는 별다른 욕심이나 불안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저냥 살아가는 지독한 회의주의자들이 타인들의 눈에 긍정적인 인물로 비춰질 때 발생할 여지가 있다. 그러하기에 사람을 쉽게 사귀고 가볍게 다가가지만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들은 부담없지만 절대로 그 경계를 건드리지 않을 관계들을 추구하는 것 같다. 


초인적인 능력에 관한 아무런 맥락없는 이 몽상은 결국 나 자신이 아무런 판단 없이 잡다한 사고들만 이런 저런 경험에 섞어 속절없이 띄워보내고 있는 지금의 오후와 닮아 있기에 그냥 멍하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혹시 이러한 능력을 가진 지구인이 있다면 그건 김창완 아저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끝낸다.  












Posted by Alan-Sh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