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ye West - Black Skinhead

2015. 4. 2. 16:34 from Listen



극장을 나서는 순간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감상하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도 없는 것 같다. 허나 개봉작의 OST 트랙을 언제나 챙겨갈 수는 없을 터. 고양된 기분을 조금이나마 연장시켜줄 비슷한 정서를 떠올려본다. 사실 그럴만한 영화들이 많지는 않다. 그저 그런 작품들은 엔딩 크레딧이 끝나기도 전에 많은 기억들이 희미해진다. 일년에 3,4 번 가량 영화의 끝마침이 억울하기라도 한듯 좋은 감상을 이어가고 싶은 순간이 오면 신중히 음악들을 살펴보게 된다. <위플래쉬> 역시 그런 부류 중 하나였다. 엔딩의 박력은 물론이거니와 홀로 깨닫게 된 영화의 가르침 역시 '소리'와 가까이 닿아 있었기에 그 정서를 음악을 통해 이어가고 싶었다. 사실 나는 영화의 서사적 메시지와 감독의 태도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며 가치를 고민하는 사람은 아니다. 단지 그 시간 자체를 물리적으로 마주하기 힘든 누군가의 현실이라 스스로 상정하고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하나의 사건으로 응시하는 정도다. 그것이 현실이든 허구든 어깨너머로 살펴보게 되는 누군가의 삶은 언제나 가르침이 있다고 믿고 싶은 내게 하나의 작품이란 해석과 비평의 대상이라기보단 고유의 냄새와 특정한 인상을 전해주는 타인의 일부인 것이다. 이런 태도 하에선 대상을 두어시간 마주하고 뒤돌아서서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은 다소 거드름을 피우는 기분도 들기에 그냥 대상의 인상이 전해준 파편에 대해 떠올리며 스스로의 모습을 생각하게 될 뿐이다. 난 <위플래쉬>의 엔딩 크레딧을 듣기만 했다. 영화의 막이 내리고 검은 화면에서 음악이 흘러나올때 곧장 이 영화를 평생 기억하게 되리라 생각했다. '소리의 풍경'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온통 가창자에게 쏠려있던 시선이 연주자의 신중한 움직임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음악을 들을때면 그들의 역할을 지나치게 장식적이며 기계적인 부품 정도로 여겨왔던 것 같다. 행하지 않는 취미인의 무지다. <위플래쉬> 덕분에 소리의 풍경을 감각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로 음악을 들을때면 합의 부분들의 더욱 예민하고 정중해진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지나치게 형식화 되었던 음악 감상 태도에도 약간의 신선함이 더해진 요즘이다. 마무리는 이거다. 난 <위플래쉬>를 감상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줄기차게 'Black Skinhead' 를 들었다. '락'을 소유하고 다니지 않는 내게 드럼이 돌출된 음악은 이것 뿐이었었다. 그 경험 덕분인지 요즘도 이 노래를 들으면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가사는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 있기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instrumental 버전에 영화의 영상을 편집하는 일도 해보고 싶다. 요즘들어 많은 것들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다. 역시 블로그는 필요하다. 음과 이미지가 선명하지만 키워드를 모르겠다. 뻔한 말이지만 정보의 홍수는 상상 이상이다. 무엇이든 잊기 싫다면 기록하자.   


- 방금 유튜브에 들어가 <위플래쉬>의 엔딩씬을 다시 보고 왔다. 역시 칸예의 음악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이미 내 기억에는 이 노래와 위플래쉬는 아주 가깝다. 그나저나 위플래쉬를 극장에서 안보는 건 정말이지 손해다. 손해. 

  

 

Kanye West - Black Skinhead 'MV'






Kanye West - Black Skinhead Drum Remix by Troy Wright






Kanye West - Black Skinhead (Instrumental)







Kanye West - Black Skinhead (Live on SNL)



이 영상에 나오는 벤 에플렉은 참 벤 에플렉 같다.






Posted by Alan-Sh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