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두 명의 친구들에게 각각 선물해준 리스트다.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무엇인가를 함께 경험해본 일이 전무했기에 다소 무책임한 추천이었을 수도 있다. 의미없는 소리들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 음악을 건냈던 이유는 단순하다. 이 친구들이 참 좋았고 무엇인가를 해주고싶었을 뿐이다. 호감을 느끼는 이유의 상당부분은 나의 현재나 이상의 특정부분을 저들의 표현법과 사고에서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나를 지나친 수 많은 사람들 중 내 몸이 표하는 향과 몸짓에 가장 유사한 감각을 엿볼 수 있게 해줬던 친구들이란 거다. 가까운 과거나 지금의 내 상황에서 즐거움과 감동을 촉발시켰던 이 음악들을 저들에게 들려준다면 어떤 감상이 생겨날까. 아마 이들에게도 비슷한 의미로 남게되지 않을까... 싶은 착각. 애정과 동경의 근거가 오해가 아니길 바라는 일종의 미신이다.
그간은 참 무책임하게 인연을 놓쳤던것 같다. 어쭙잖은 객기로 혼자됨을 즐겼던것 같다. 물론 지금도 사람과 함께하는 일에서 큰 즐거움을 느낄만큼 내 자신이 갑작스레 변모한건 아니다. 그러하기에 인연을 확장하며 무엇인가에 안달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건, 그리고 스스로 반성하고 싶은건 앞에있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그 좋은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감사할줄 아는 겸손이다. 위에 언급한 두 친구들에 대한 나의 태도는 그간 깨치지 못했던 무례함에 대한 반성일 수도 있다. 지금껏 난 참 이기적인 친구였다.
또 한가지 고쳐야 할 점.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관계에 대한 불안을 느낄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현재 나누고있는 언어와 취향 그리곤 서로를 보듬어주는 진심어린 인사면 충분하다. 마침 이 글이 끝나가는 이 순간 플레이리스트 속 트랙인 조규찬의 '이봐 내 여행의 증인이 되어줘'가 흐르고 있다. 뒤이어 흐르는 AIR 의 'Remember'. 그거다. 나이먹음의 과정, 그리고 특정한 시간의 성장과정 중 내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보일, 그런 날 기억해줄 인생의 여행 속 증인. 그 정도면 모든게 충분하고 감사하다. 집착과 서운함은 여기에 필요없다.
빠르게 넓어지는 동시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관계망의 미래는 오프/온라인의 장벽을 부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게다가 안그래도 좁은 이 땅의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 마저 몇몇 기점을 중심 삼아 모이고 흩어진다. 여기나 저기나 비슷해지고 있다. 척박한 세상살이 탓에 스스로에게 인정머리없는 최면을 거는 요즘의 현실. 주제는 무겁고 오가는 표현은 가볍다. 일상과 취향이 공개된 가상의 놀이터에 모여 어린시절 그 순수함으로 새 친구를 사귀는 일이 퍽 마음에 든다. 다행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