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리얼리즘

2012. 12. 31. 04:06 from Cinema/Yours






어떠한 경험을 한 후에 그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고 확장하기 위해 글을 쓰진 않는다. 오히려 이쁘고 오밀조밀하게 엉겨있는 문장이나 반짝이는 어휘적 표현이 적히지 않을까 라는 기대에서 종종 글을 적을 뿐이다. 경계가 없는 모호한 현상과 상황, 숱한 감정들을 최대한 포용할 수 있는 아슬한 표현력이 부럽다. 그런 과정을 고민하는 순간이 즐겁다. 몇년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표현 하나가 있어 생각난 김에 적어두고 싶었다. 물론 나의 생각은 아니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씨가 쓴 리뷰 중에서 언급된 배용균 감독의 표현이다. '일요일의 리얼리즘'. 흥미롭게만 느껴졌던 이 표현이 자꾸만 떠오른다. 생각보다 적용 가능한 순간들이 많았다. 아, 참 이쁘다. 이런 표현은. 선을 긋는 동시 많은 것들을 포용하는 발상이다. 일요일의 리얼리즘. 기억해두자.  



배용균은 (필자와의 매우 개인적인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세계를 '일요일의 리얼리즘'이라고 이름지었다. 모두가 평일의 리얼리즘을 다룬다면, 자신은 모든 규칙이 하루쯤 쉬는 세상의 일상생활을 다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자신의 영화 속에서 다루는 자연의 풍경에 그 어떤 다른 변형도 가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아무추어 연기자들의 표정 속에서 생활을 끌어내려는 마음에서 그의 영화가 시작한다는 점에서 정말 그러하다. 그래서 배용균의 영화는 풍경과 표정 사이의 자기 성찰로 이루어져 있다.


95 년쯔음해서 쓰여졌을 정성일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리뷰 중에서








Posted by Alan-Sh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