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강점은 접근의 용이성에 있다. 감상과 소유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창작자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경험'토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사유로서 보충되는 자본적 관계가 형성되며 트랙은 늘어나고, 아티스트는 생명을 연장하게 된다. 이런 배경 하에서 리스너들은 충분히 경험하고 체험하며 스스로의 취향과 선호를 굳혀가게 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체계적인 형태로 넓직한 스펙트럼을 수용하는 공유의 장이 부족해 보이지만 외국에는 음악의 이러한 추세와 특성을 잘 활용한 다양한 채널들이 존재한다. 단순히 음악만을 개인 선호의 틀에 맞춰 나열하는 블로거부터 뉴스와 다양한 칼럼을 꾸려가며 지속적으로 리스너와 뮤지션의 인연을 성사시켜주는, 제법 규모가 큰 싸이트들도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Pitchfork 의 규모와 태도를 좋아한다. 사실 전혀 관심이 없는 힙합 장르 까지도 편입시킨 채널이기에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이토록 신속하고 다양한 동시 유익하기까지 한 웹페이지가 있다는건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2012 년의 막도 거진 다 내려왔다. 해와 해를 구분짓는 붉은 커튼이 무대 표면에 닿으려는 듯 모든 것이 아쉽고 씁쓸한 요즘, 은근히 무의미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빼놓고 넘어가기엔 아쉬운 놀이가 있다. 각자의 주관으로 줄 세우는 한 해의 순위. 자의식이 흘러넘치는 위선적인 경쟁이라 폄하하지 말고 단순히 몰랐던 정보와 존재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인연으로 여기며 살펴보도록 하자.
뮤지션을 본격적으로 찾아듣기 시작한건 채 1년도 되지 않는다. 잡다한 매체들을 경유하며 우연히 접하게 된 정보를 유지하기에도 벅찼기에 따로 시간을 내어 뮤지컬 아티스트의 색인을 넘겨가는 일 까진 시도하지 않았었는데,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정보를 찾고 취향을 굳혀가다 보니 2012년은 음악적 발견으로 한없이 즐거웠던 순간으로 기억되버릴 것 같다. Pitchfork 에서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앨범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절반가까운 앨범들은 이미 들었거나, 현재까지도 꾸준히 청취중인 것들이 많았다. 아무런 기준도 없이 막무가내로 파헤치던 음악적 탐사가 나름 괜찮은 모험이었던것 같아, 은근히 기분이 좋다. Link - Pitchfork, The Top 50 Albums of 2012
50개의 앨범 중에서 좋아하는 곡들을 몇 개 추려서 올려본다. 어떤 경험이건 결국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호흡한다. 영화가 됐건 음악이 됐건 문학이 됐건, 편견없는 마음으로 접한 후 아니다 싶으면 정중히 무시하면 된다. 경험하고 경험하고 공유하자.
잘 들은 앨범들을 리스트에서 만나는 일은 언제나 기쁜 법이다. 허나 적은 규모의 홍보와 절대적으로 불리한 장르적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언급되는 모습을 보게될 땐 그 기쁨은 상당하다. 이번 Pitchfork 리스트 상위권에 랭크된 캐나다 밴드 'Godspeed you ! Black emperor'의 4번째 스튜디오 앨범 <Allelujah! Don't Bend! Ascend!> 는 특별한 주목을 받은 성공적인 앨범은 아니지만, 실험적이고 놀라운 순간들로 가득찬 소리들이다. 20여분 짜리의 2트랙과 6,7 분 가량의 2트랙, 총 4개의 트랙으로 이뤄진 이 앨범은 지난 10여년간의 휴지기를 거친 후 던져진 반가운 신보다. 물론 연주곡이다. 언젠가 기회가 될때 방안 가득 스피커 볼륨을 올린 상태로 이 트랙을 들어보시라. 사운드가 크면 클 수록 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밴드명은 <까미따윈 몰라>를 연출한 일본의 영화감독 야나기마치 미츠오의 동명 다큐멘터리(76년작)에서 가져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