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ist .1 - In Dreams

2013. 12. 10. 22:22 from Listen



처음으로 짜본 플레이리스트였다. 언제나 그렇듯 첫경험의 의미는 중요하다. 짧고 모호한 주제였지만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2번째 곡은 산울림의 정규 2집 1번 트랙인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이다. 처음엔 예상치 못했었는데, 소수일지라도 이 리스트를 듣게될 외국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순간 이런 류의 놀이가 어쩌면 꽤 의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으로, 어떤 아저씨로 늙게 될지 모르겠지만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이 기억과 마주하게 됐을 때, 뿌듯한 시선으로 지금을 대견해하는 취향인이됐음 한다. 예상외로 무지하게 재미난 놀이가 시작된 거다. 


역시나 시작은 '꿈'에 관한 이야기다. 내 인생에 있어 절대 떠나지 않을 두 갈래, 죽음과 꿈. 만일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기회가 온다면 그 첫 이야기는, 그리고 모든 이야기의 뿌리에는 이 둘의 흔적이 남겨져있을 것이다. 일렁이는 호기심과 심오한 어두움에 매료되어 발을 들였지만 가면 갈 수록 더더욱 마음에 드는 영역인것 같다. 난 어떠한 예술 매체건 시간과의 상관성을 해체하는 작업에 반하곤 한다. 인생의 숙명적 동지인 음악, 회화, 영화, 현대미술 하다못해 글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특정 순간과 탄생-성장을 동반하는 이 행위들은 기억의 일부로서 우리와 함께한다. 그곳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지우는 과정, 사이키델릭한 음악의 초월, 근간이 없을 괴상한 이미지의 매혹, 실험의 영역에 몸을 던진 활동사진의 당돌함. 시간을 부수어 추억과 미래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 그런 류의 꿈결을 따라 당도하게 될 미지의 영역, 죽음. 그렇게 꿈과 죽음은 다양한 형태로 내 소심한 욕구를 자극한다. 



넓은 캔버스에 두 발을 딛곤 하얀 화면을 내려 응시한다. 곧 밤이 찾아와 내 몸은 스산해진다. 눈을 돌려 주위를 보니 겨울 밤의 6시 30분인지 추운 가을의 새벽 3시인지를 분간 못할 어둠이 보인다. 이내 밀려온 안개는 흐리게 퍼져 하얀 화면을 더욱 어둑하게 만들어 준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많은 것들을 잊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 짧은 생각이 끝나고나니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는게 없었다. 앞에 말한 문장의 서술어를 제하면, 내가 언어를 완성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놀라울 만큼 머리 속에는 아무런 것도 남지 않았다. 그 궁금함을 참지 못한 나는 머리 속에 들어가 보았다. 그 곳엔 주황빛 조명이 가득한 산책로가 있었다. 벤치마다 사람은 없고 이슬만 가득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주황빛 아스팔트였다. 마침내 사람이 보였다. 한걸음에 뛰어간 그 곳엔 작은 수첩이 있었다. 하얗고 약간 흐릿한 종이. 그 곳을 유심히 살펴봤다. 작은 점이 보였고 무엇인가 축축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또다시 응시했다. 그 곳엔 넓은 캔버스에 두 발을 딛곤 하연 화면을 내려 응시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밤은 새벽이 됐고, 어차피 오게될 아침은 새로 만날 친구를 반기기 위해 애써 어두운 척을 했다. 


술과 밤이 언제나 함께했던 이 리스트 속 음악들은 내겐 이런 류의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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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Glasper - 1 Mic 1 Take

2013. 12. 9. 07:49 from L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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ハイスイノナサ - reflection

2013. 12. 6. 11:20 from L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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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트랙 버전이니 완전한 사운드트랙은 아니겠네요. 그럼에도 영화에 대한 많은 기억을 품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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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Comes the Sun

2013. 12. 4. 20:15 from Listen



음악이 된 하루. 일상에 들어온 음악. 평소 플래쉬몹 영상을 즐겨 찾는 편이에요. 소리로 싹 틔운 찰나의 반짝거림이라는 음악의 숙명을 가장 다정히 보완해주는 형식이 아닐까 싶어, 그 둘의 동거는 언제나 보기 좋은것 같거든요. 음악은 더없이 반짝여지고 참여자와 목격자는 그에 추억을 빚지고... 이리도 맑은 순간들 중에서 제가 유독 더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어 올려봐요. 마드리드의 한 실업자 상담소에 음악이 내려요. 비틀즈의 'Here Comes the Sun'이 울려퍼지고 그 대단할것 없는 몇분의 순간은 누군가의 다소 컴컴한 하루를 조금은 더 밝게 만들어 줘요. 적어도 저의 경우는 그랬으니깐요.    


혼자 듣는 음악, 챙겨 듣는 음악도 좋지만 나도 몰래 성큼 다가와버린 소리와의 만남은 참으로 기적같은 것이에요. 일분일초 시간을 죽여가며 무심히 걷던 일상의 공간에서 거리의 악사라도 마주치게 되는 날이면 새삼 음악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요. 부르는 이와 귀를 기울이는 이 주변으로 옹기종기 따스한 기운이 차오를 때 형성되는, 대책없는 긍정과 행복. 정말이지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이 영상의 경우도 앞서 기억한 현실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아 더더욱 좋더라고요.    


어쩌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 행위에 대해 지나친 생색내기가 아니냐며 언짢음을 표하실 수도 있어요. 다른 누군가는 카메라가 응시하는 범위와 대상을 담는 방식을 논하며 작위적 감동이라 지적할 수도 있을테죠. 요즘들어, 그러니 나이를 하나씩 챙겨갈 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의 감정을 힐난하고 사회적 현실의 고단함을 인생살이의 절대가치로 우선시하는 주변 사람들이 참 많은것 같아요. 어쩌면 꽤 중요할 수도 있는 이야기와 경험들을, 차가운 표정으로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은것 같아요. 자신의 감상을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냉정한 일반화로 작고 소중한 가치들을 경시하는 태도에서 조금은 억울한 마음도 들 때가 있어요. 결국 굳어진 마음은 이런것 같아요. 그냥 나와 비슷한 욕심과 같은 무게의 눈물을 흘려온 사람들과 사이좋게 좋은 것들 나누며 살고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상을 감사한 마음으로 끝마쳐줄 누군가가 이 곳에도 많았으면 하네요. 가족과 몇몇 지인을 제한다면 정말이지 현실에선 감정을 공유하고픈 이들이 점점 사라져가요.   






저기 햇님이 오시네, 저기 햇님이 오시네
이제 괜찮아질 거야

그대여, 그간 참으로 길고 외로운 겨울이었지
그대여, 몇 년이나 넘게 견뎌온 것 같아
저기 햇님이 오시네, 저기 햇님이 오시네
이제 괜찮아질 거야

그대여, 그대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오네
그대여, 몇 년이나 넘게 웃어보지 못한 것 같아
저기 햇님이 오시네, 저기 햇님이 오시네
이제 괜찮아질 거야

햇님, 햇님, 햇님이 저기 오시네
햇님, 햇님, 햇님이 저기 오시네

그대여, 꽁꽁 언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어
그대여, 몇 년이나 넘게 얼음 속에 있었던 것 같아
저기 햇님이 오시네, 저기 햇님이 오시네
이제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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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pa - creaks

2013. 11. 30. 19:50 from L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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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ass - Cue

2013. 11. 30. 19:48 from L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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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v - Loot Recovered

2013. 11. 30. 19:47 from L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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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da Perhacs - Moons And Cattails

2013. 11. 30. 19:45 from L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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