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스 페로스>, <21그램>, <바벨>, <비우티풀> 의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뜬금없이 단편 하나를 내놨다. L.A. 댄스 프로젝트인 'Moving parts'의 리허설에 초대 받은 후 연출을 결심했다니 분명 그들의 춤사위를 보며 큰 감명을 받은 것 같다. <Naran Ja> 란 타이틀의 이 12분 짜리 작품은 완벽하게 실험영화의 영역으로 편입돼있다. 어떤 느낌을 받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작품을 찬찬히 뜯어봐도 1그램의 의도도 추측하기 힘든 난해함으로 가득하다. 초현실적인 구성과 심플한 연출, 도통 시대성을 파악하기 힘든 VHS 스타일의 거친 출력. 솔직히 말해서 맥주 몇잔을 걸친 상태에서 접했기에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이지 맨 정신이었다면 뭔지 모를 찝찝함에 감상을 중도포기하고 말았을 것 같다. 이상한 기록물이 추가됐다. 그간의 연출 스타일과도 완전히 격리된 괴작이다. <바벨>의 황량한 사막 정도가 언뜻 떠올랐을 뿐. 이 경우에 꼭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춤이란 행위는 장르와 매체의 틀을 허물어 독보적인 진솔성을 담보해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