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에 맞먹을 정도의 빈도로 찾아듣는 앨범이 있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리앤 라 하바스의 데뷔 앨범 <Is your love big enough?>는 흡사 악기와도 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조화롭고 다채로운 음악속에 스며들어 있는 근사한 앨범이다. 7월 9일에 릴리즈 됐으니 오늘로서 정규앨범 발매 4달을 맞은 따끈한 신인 아티스트다 (첫 EP <Lost & found>는 작년 10월에 나왔었다). 7세 부터 키보드를 만지기 시작해 11세에 첫곡을 썻다는 식의 흔해빠진 이야기로 시작되는 그녀의 음악 인생은 몇번의 백업보컬 작업과 봄베이 바이시클 클럽, 본 이베르 등의 투어를 거친 후 이번 정규작에 당도해서야 화려한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다. 포크, 소울 종종은 재즈의 향취도 가득히 품고 있는 그녀의 데뷔앨범은 이미 각종 매체를 통해 호평을 받아왔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아티스트지만 영국의 권위있는 시상식인 머큐리 프라이즈에 노미네이션 됐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 수상작은 Alt - J 의 화끈한 앨범 <An awesome wave> 였다).
앨범 커버만으로도 단박에 코린 베일리 래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녀지만 정작 앨범을 들어보면 서로의 방향성이 꽤나 다르단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장르의 구분과 사운드의 결의 차이도 크지만 오로지 청자의 입장에서 이 둘을 바라보자면 뭔가 다른 식의 애정을 쏟고싶은 마음이 들어차게 만든다. 코린이 남몰래 까먹고 싶은 나만의 달달하고 포근한 초콜릿이라면 리앤의 경우는 삐뚤어진 상태로 은근슬쩍 선반에 올려놓고 누군가 먼저 알아채 주길 바라는 따끈한 신품의 이미지다. 그녀의 음악성은 아주 먼 곳까지 뻗어 나가 대다수의 리스너들의 귓가에 축복으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기에 어서 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붙잡고 양쪽 귀에 이어폰을 나눠 끼고 싶다. 올 12월 24일 MTV 'crashes'에서 알리샤 키즈와 함께 무대에 선다니, 좋은 음악이 더 먼곳까지 울려퍼질 수 있을 것같다. 다양한 빛깔을 지닌 무시무시한 폭탄의 심지에 방금 막 불이 붙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올해 최고의 데뷔앨범이다. 좋은 소리들이니 꼭 한번 들어보시길.
훌륭한 곡들이 많지만 이상하게 자꾸 이 트랙에 손이 더 간다.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Au cin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