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공포를 장르화시키는 과정엔 필연적으로 당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된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95년작 <SAFE>는 줄리안 무어의 창백한 얼굴과 연약한 캐릭터성을, 화학물질로 상징되는 현대의 비가시적 공포와 외로이 맞서게하며 생경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드라마, 스릴러, 호러 그 어느 장르에도 편입되지 않은 채 최소한의 상업적 흐름 마저 거부하는 이 영화는 족보를 찾기 힘든 괴상한 기록이다. 작정한듯한 안티 클라이막스는 되려 낯선 충격으로 영화를 끝맺음 시킨다. 무기력한 연출의 공포, 피부 마저 제 옷인 여배우의 열연. 꽤 많은 수확이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