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ger Mouse & Sparklehorse - Dark night of the soul / 데이빗 린치
음악은 들릴 뿐이다.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결국 모든 짐은 소리로서 세상과 소통해야할 음악의 몫인 것이다. 분위기와 가사에 맞춰 짜여진 시각적 표현 내지 감상의 시간을 공유해온 개개인의 경험들.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텍스트로서의 주석들 까지, 어디까지나 소리의 모험을 거들어줄 왼손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 이 곳에서 약간의 예외를 살펴본다. 봉긋 튀어오른 변종은 언제나 반가운 법이다. 만약 특정한 음악적 결과물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과정에 있어 누군가의 지대한 영향력이 존재했으며, 이후 그가 완전한 성인으로서 세상에 독립해 나와 청자들과 마주하는 순간, 그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누군가가 성심껏 시각적 보증을 우리 앞에 제시한다면 충분히 주목할만한 자료로 느껴질 것이다. 상업적 확장보단 진솔한 이해를 위한 폭의 진화라고 생각한다.
Jay - z 의 블랙 앨범과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을 뒤섞은 Grey album 으로 떠들썩스럽게 존재를 알린 Danger Mouse (브라이언 조셉 버튼)은 영화감독 데이빗 린치의 열렬한 팬이였다고 한다. 린치 와의 콜라보를 희망하던 그는 2009년 <Dark night of the soul>이란 독특한 프로젝트를 통해 색다른 작업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Sparklehorse 가 참여해 Danger Mouse 와 함께 음악적 틀을 잡게 되는데, 그 최소한의 밑그림에는 데이빗 린치의 작품 세계 속 상징과 분위기들을 한껏 반영한 톤을 유지시킨다. 이후 각 트랙에 참여한 객원보컬들과의 협업으로 곡이 완성되고 가사가 씌어지며 <Dark night of the soul>의 음악적 형태는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데이빗 린치 역시 2곡에 객원 보컬로 참여하며 자신의 흔적을 남겼지만 이 정도의 무게감으론 비록 영감을 제공했단 한들 2명의 음악가와 나란히 공을 나누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지, 앨범 속 음악들과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는 시각적 이란성 쌍둥이를 제작하게 된다.
본 앨범과 운명을 함께할 데이빗 린치의 사진집 <Dark night of the soul>. 이 책자에는 데이빗 린치의 사진들이 50장 수록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역으로 음악으로 부터 영감을 받은 감독이 시각적 보증을 남긴 것이다. 데이빗 린치는 이 사진들을 일컬어 음악을 위한 비주얼 네러티브라 칭하고 있다. 앨범이 발매될 당시 100페이지 가량의 책자로 제작되어 5000 개 한정수량으로 공개되었다.
지금까지의 간략한 설명은 사진을 보고, 음악을 듣게 될 지금부터의 경험을 위한 상식이었다. 정말로 환상적인 앨범 <Dark night of the soul>. 지금부터 13개 트랙의 음악과 50 가지 비주얼 네러티브들의 시각적 설명을 들어보도록 하자. 다시한번, 음악은 들릴 뿐이다. 다만 이렇게 독특한 원조도 존재할 수 있으며, 이토록 흥미로운 협업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란 사실 정도를 기억하도록 하자.
아래 영상은 사진집을 촬영한 모습이다. 5000개 수량 모두 수기로 순서를 적어뒀다.
1. Revenge
2. Just war
3. Jaykub
4. Little girl
5. Angel's harp
6. Pain
7. Star eyes
8. Everytime i'm with you
9. Insane lullaby
10. Daddy's Gone
11. The man who played god
12. Grim augury
13. Dark night of the soul
소박한 사진전도 열렸었다.